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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투자를 공부하다가 처음 FEL이라는 단어를 봤을 때, 솔직히 예상 밖이었습니다. 반도체 공장 이야기에서 갑자기 입자가속기가 등장했기 때문입니다. 테슬라의 초대형 반도체 공장 테라팹에 자유전자 레이저(FEL) 방식의 EUV 광원을 도입할 수도 있다는 구상인데, 알아볼수록 단순한 허풍으로만 보기는 어려웠습니다.
테라팹 미친 구상 EUV 전환
반도체 투자를 공부하면서 가장 먼저 알게 된 기업 중 하나가 ASML이었습니다. 첨단 반도체를 만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장비가 바로 EUV 노광기입니다. 노광은 웨이퍼 위에 아주 작은 회로 패턴을 빛으로 찍어내는 공정인데, 회로가 작아질수록 더 짧은 파장의 빛이 필요합니다. 현재 최첨단 공정에서는 13.5nm의 EUV를 사용합니다. ASML의 EUV 장비는 작은 주석 방울에 강력한 레이저를 쏴 플라스마를 만들고, 여기서 나오는 EUV 빛을 이용합니다. 그런데 이 과정은 주석 방울을 정확하게 맞춰야 하고 플라스마에서 발생하는 찌꺼기도 관리해야 하는 상당히 까다로운 방식입니다.
FEL은 여기서 완전히 다른 방법을 사용합니다. 자유전자 레이저(FEL)는 주석 대신 전자를 거의 빛의 속도에 가깝게 가속한 뒤 언듈레이터라는 자석 구조물을 통과시킵니다. 전자가 자기장 안에서 움직이면서 빛을 내고, 조건을 맞추면 그 빛을 강하게 증폭할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지금은 주석을 때려서 EUV를 만들지만, FEL은 빠르게 움직이는 전자에서 빛을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처음 들으면 훨씬 단순해 보이지만 문제가 있습니다. 전자를 가속하려면 거대한 선형가속기와 전력, 냉각, 진공 설비가 필요합니다. 우리나라 포항에도 대형 방사광가속기 시설이 있을 정도로 규모가 만만치 않습니다. 머스크가 생각하는 거대한 구상이라고 생각합니다.
과연 어떻게 진행이 될 지 궁금해집니다.
테라팹 FEL 성공 가능성
그렇다면 이렇게 큰 시설을 왜 반도체 공장에 넣으려는 걸까요? 핵심은 FEL 하나를 여러 노광기가 함께 사용하는 구조입니다. 노광기마다 광원을 하나씩 붙이는 대신, 거대한 중앙 광원에서 EUV를 만들어 여러 노광기에 나눠 공급하는 것입니다. xLight가 바로 이런 방식의 반도체용 FEL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xLight는 기존처럼 노광기마다 광원을 붙이는 방식이 아니라, FEL을 팹 외부에 설치하고 EUV를 전기나 공정가스처럼 공장 전체에 공급하는 ‘유틸리티’ 방식의 구조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 방식이라면 테라팹처럼 엄청나게 많은 노광기가 들어가는 초대형 공장에서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거대한 FEL 하나의 건설비와 운영비를 여러 장비가 함께 부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전력 문제도 해결해야 합니다. 전자를 높은 에너지까지 가속하려면 많은 전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에너지 회수형 선형가속기인 ERL도 함께 거론됩니다. 전자를 가속한 뒤 남은 에너지를 회수해 다시 사용하는 방식으로, 전기차의 회생제동과 비슷한 개념입니다.
하지만 반도체 공장에서는 순간적으로 강한 빛을 만드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24시간 계속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출력뿐만 아니라 가동률, 안정성, 유지보수까지 중요합니다. 결국 FEL의 진짜 시험대는 “EUV를 만들 수 있느냐”가 아니라 “공장에서 매일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느냐”가 될 것입니다. 현재 xLight는 실제 FEL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검증하는 단계까지 들어갔습니다. 미국 정부도 2026년 6월 xLight에 1억 5천만 달러의 연방 지원을 확정해 프로토타입 구축과 실증을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FEL 성공이 주는 테라팹 의미
FEL 이야기를 처음 봤을 때 저도 “그럼 ASML은 어떻게 되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FEL이 성공한다고 해서 ASML의 노광기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FEL이 바꾸려는 것은 어디까지나 EUV를 만들어내는 광원입니다. EUV가 만들어진 뒤에는 빛을 조절하고 마스크를 이용해 웨이퍼에 회로 패턴을 전달하는 광학계와 노광 시스템이 여전히 필요합니다. 따라서 FEL은 ASML의 노광기 전체를 없애려는 기술이라기보다, 그 앞단의 광원 방식을 바꿔보려는 시도에 가깝습니다.
머스크가 말한 ‘뉴 피직스(New Physics)’가 정확히 FEL-EUV를 의미하는지도 아직 확인되지 않았고, 테라팹에 FEL이 실제로 들어간다고 확정된 것도 아닙니다. 다만 xLight가 실제 프로토타입을 개발하고 미국 정부 지원까지 받은 만큼 이제는 단순한 아이디어만으로 볼 단계도 아닙니다.
저도 반도체 투자를 공부하면서 처음에는 주가와 실적만 봤는데, 이런 기술을 하나씩 찾아보다 보니 앞으로 반도체 공장이 어떻게 변할지 생각해 보는 것도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은 반도체를 만들기 위해 기존 장비를 개선하는 것을 넘어 아예 빛을 만드는 방법 자체를 바꾸려는 시도가 나오고 있다는 것이 상당히 흥미롭습니다.
정리하며
처음 FEL-EUV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저도 “반도체 공장에 입자가속기라니?”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하지만 테라팹처럼 엄청나게 큰 공장에서 하나의 거대한 FEL 광원을 여러 노광기가 함께 사용하는 구조라면 왜 이런 구상이 나오는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아직 FEL이 실제 양산에 성공할지는 알 수 없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출력, 안정성, 전력 효율, 그리고 경제성입니다. 이 네 가지를 모두 만족해야 기존 EUV 방식을 넘어설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도 기존 기술을 조금 개선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아예 EUV 광원을 만드는 방법 자체를 바꾸려는 시도가 실제 시험 단계까지 왔다는 점은 상당히 흥미롭습니다. 반도체를 더 작게 만들기 위해 언젠가는 공장 한쪽에서 거대한 입자가속기가 돌아가는 모습을 보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런 구상이 다른 반도체 기업에는 어떤 선례가 될지 앞으로의 테슬라의 행보가 참 궁금해 집니다. 앞으로 계속 잘 지켜볼 생각입니다.
참고 : 테라팹, 기존 EUV 안쓰는 미친 구상 | 입자가속기 도입이 현실이 되는 이유 | FEL-EUV의 가능성 / https://youtu.be/CA4 mGzVgRvE? si=1 juwDhgkIYEATAm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