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기업이 되는 길 ( 5리더십, 낙관주의,느린 성장)

솔직히 말하면, 저는 이 책을 산 뒤 꽤 오랫동안 책장에 꽂아만 뒀습니다. '위대한 기업'이라는 키워드가 저하고는 거리가 먼 이야기처럼 느껴졌거든요. 그런데 어느 날 책장을 훑다가 중간 페이지를 우연히 펼쳤고, 그 자리에서 처음부터 다시 읽기 시작했습니다. 짐 콜린스의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는 기업 경영서라기보다 '어떤 사람으로 살 것인가'를 묻는 책에 가까웠습니다.
위대한 기업을 이끄는 5 리더십
혹시 이런 생각해 보신 적 있으신가요? 강한 리더는 앞에서 크게 소리치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믿음 말입니다. 저도 한동안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그 생각이 꽤 많이 흔들렸습니다.
짐 콜린스의 연구팀은 오랜 시간 동안 지속적으로 성장한 기업들을 분석한 결과, 그 기업들을 이끈 리더들에게서 공통된 특징을 발견했습니다. 바로 단계 5 리더십(Level 5 Leadership)입니다. 여기서 단계 5 리더십이란, 개인적 겸손과 직업적 의지가 역설적으로 결합된 리더십 유형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자기를 낮추면서도 조직을 향한 야망은 누구보다 크다는 뜻입니다.
이 리더들의 공통점은 회사가 잘 됐을 때 동료나 운 덕분이라고 했고, 잘못됐을 때는 자기 탓이라고 했다는 점입니다. 저는 이 부분을 읽으면서 제가 평소에 좋아하는 『도덕경』의 한 구절이 떠올랐습니다. "공을 쌓으나 그 공을 주장하지 않기에 이룬 일이 허사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내용인데, 수천 년 전 동양 철학과 현대 경영 연구가 같은 결론에 닿았다는 게 신기하면서도 묘하게 설득력 있었습니다.
반면 성공했지만 오래가지 못한 기업들의 리더는 어떠했을까요. 회사가 성장한 이후부터 자신의 유명세에 더 집중하는 경향이 있었다고 합니다. 강연이나 저술로 이름을 알리는 데 에너지를 쏟는 순간, 조직은 서서히 정체되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제가 직접 이 패턴을 본 건 아니지만, 읽으면서 내 주변을 한 번 돌아보게 됐습니다.
낙관주의가 실패한 이유와 현실직시
낙관주의자들이 먼저 무너졌다는 이야기입니다. 처음 읽었을 때 솔직히 좀 당황스러웠습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게 나쁜 거라는 말처럼 들렸겁니다. 스톡데일 패러독스(Stockdale Paradox)란, 베트남 전쟁 당시 8년간 포로수용소에서 살아남은 스톡데일 장군의 이야기에서 비롯된 개념입니다. 그는 버티지 못한 사람들의 공통점이 낙관주의였다고 했습니다. "크리스마스엔 나가겠지", "추수감사절엔 풀려나겠지" 하고 기대했다가, 그 기대가 무너질 때마다 삶의 의지를 잃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스톡데일 본인은 어떻게 버텼을까요? 그는 냉혹한 현실을 있는 그대로 직시하면서도, 언젠가는 반드시 이 상황을 벗어날 거라는 흔들리지 않는 믿음을 동시에 붙들었습니다.
이 두 가지를 함께 유지하는 것, 그게 바로 스톡데일 패러독스의 핵심입니다. 저도 제 경험을 떠올려봤습니다. 일이 뜻대로 안 풀릴 때, 저는 두 가지 유형으로 반응했던 것 같습니다. "곧 나아지겠지"라고 막연하게 기다리거나, 아니면 아예 현실을 외면하거나. 근데 그 어느 쪽도 실제로 상황을 나아지게 하지는 못했습니다. 오히려 지나고 보면 힘든 시기를 제대로 직시하고 계속 나아갔을 때 뭔가 달라졌던 것 같습니다. 하워드 가드너는 그의 저서 『인간은 어떻게 배우는가』에서 비슷한 맥락으로 이렇게 말합니다. "실패를 예견하고 그 실패를 다룰 준비를 하라. 비관은 에너지를 침식하고 추진력을 약화시킨다." 실패 자체보다 실패에 어떻게 반응하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인데, 스톡데일 패러독스와 정확하게 맞닿아 있는 말이라고 느꼈습니다.
느린 성장의 미학과 효과
정리하며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를 덮고 나서 제 머릿속에 남은 건 기업 분석 데이터가 아니었습니다. '나는 지금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는가'라는 질문이었습니다. 자기를 앞세우기보다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를 앞세우는 사람, 현실을 외면하지 않으면서도 결국엔 나아질 거라는 믿음을 잃지 않는 사람. 저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이 책을 읽으며 처음으로 아주 구체적으로 해봤습니다.
기업 경영서라는 선입견 때문에 오래 미뤄뒀다면, 지금이라도 책장에서 꺼내보시는 걸 권합니다. 저처럼 중간 페이지 한 장에서 시작해도 충분합니다. 짐 콜린스의 다른 책들도 이어서 읽어볼 생각입니다. 저의 생각들이 더 넓어지고 제가 성장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눈과 생각도 한층 커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