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에게 불리한 주식 시장( 기울어진 시장, 불평등한 정보의 질)

저도 처음 주식을 시작했을 때는 공부만 열심히 하면 된다고 믿었습니다. 재무제표도 뒤지고 차트도 들여다보면서 나름 준비를 했는데, 결과는 늘 비슷했습니다. 국내 개인 투자자 60%가 시장이 오르는 시기에도 손실을 기록했다는 자본시장연구원의 데이터를 보고 나서야 뭔가 단단히 잘못됐다는 걸 인정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공부의 문제가 아니라 판이 기울어져 있었던 겁니다.
개미에게 기울어진 주식시장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주식 시장이 오르든 내리든 돈을 벌 수 있는 구조가 이미 존재한다는 걸, 저는 한참 뒤에야 알았습니다. 그 수단이 바로 공매도(Short Selling)입니다. 여기서 공매도란 주식을 먼저 빌려서 팔고, 가격이 내려가면 싸게 다시 사서 갚는 방식으로 하락장에서도 수익을 내는 매매 기법입니다.
제도상으로는 개인도 공매도가 가능합니다. 그런데 내용을 들여다보면 전혀 다른 상품입니다. 기관과 외국인은 대차거래(Securities Lending)를 이용합니다. 대차거래란 주식을 장기간 저렴하게 빌릴 수 있는 기관 전용 대여 시스템으로, 물량도 넉넉하고 이자도 낮습니다. 반면 개인에게 허용된 대주거래는 빌릴 수 있는 종목 자체가 적고, 상환 기간은 짧고, 이자 부담은 훨씬 큽니다. 같은 이름의 공매도지만 기관과 개인이 쓰는 도구의 품질이 완전히 다른 셈입니다.
분산투자(Diversification)가 어려운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분산투자란 여러 자산이나 종목에 투자금을 나눠 특정 종목의 급락이 전체 수익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는 전략인데, 자본 규모가 작을수록 이를 실천하기가 구조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시작부터 불평등한 정보의 질
제가 가장 충격적으로 받아들인 부분이 여기였습니다. 증권사 리포트를 보고 매수 버튼을 누른 적이 저도 여러 번 있습니다. 그런데 그 리포트를 제가 처음 보는 사람이었을까요.
정보가 흘러가는 경로를 생각해 보면 이렇습니다. 기업 내부에서 무슨 일이 생기면 → 탐방을 다닌 애널리스트가 알고 → 그와 가까운 기관이 먼저 움직이고 → 리포트가 나오고 → 뉴스가 되고 → 유튜브 썸네일이 되고 → 그걸 보고 개미가 삽니다.
자본시장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코로나 주식 열풍 시기 국내 개인 투자자의 연간 거래 회전율은 약 1600%에 달했습니다. 여기서 거래 회전율이란 일정 기간 동안 계좌의 전체 자산이 얼마나 자주 교체됐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1600%라면 1년 동안 자기 계좌를 16번 통째로 갈아엎었다는 뜻입니다. 주식은 수익이 났든 손실이 났든 팔 때마다 증권거래세가 부과됩니다.
제가 직접 경험해 보니 이 차이는 실감이 납니다. 지금은 해외 주식을 장기 보유로 가져가고 있는데, 거래 횟수 자체가 줄어드니 수수료와 세금이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자주 사고파는 것이 기회를 늘리는 게 아니라 확정 손실만 쌓는 행동이었다는 걸 몸으로 알게 된 셈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개인도 공매도를 할 수 있다고 하던데, 실제로 가능한가요?
A. 제도상으로는 가능합니다. 그런데 개인이 이용할 수 있는 대주거래는 종목 선택이 제한적이고 상환 기간이 짧으며 이자 부담이 높아, 기관이 쓰는 대차거래와는 완전히 다른 조건입니다. 같은 이름의 공매도지만 실질적인 접근성 차이가 워낙 커서, 전체 공매도 거래에서 개인 비중이 1.36%에 그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Q. ETF 투자가 개별 종목보다 정말 더 나은가요?
A. 개별 종목에 투자하는 게 두렵거나 정보 접근이 어렵다면, 그 나라의 대표 지수를 추종하는 규모 있는 ETF가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생각합니다. ETF는 정기적인 리밸런싱을 통해 실적이 나빠진 종목이 자동으로 교체되고, 분산 효과도 자연스럽게 얻을 수 있습니다.
결론
구조가 기울어져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해서 계좌가 자동으로 나아지진 않습니다. 저도 처음엔 "역시 시스템 탓이었어"로 끝내고 싶었는데, 그 결론에서 멈추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같은 기울어진 운동장 위에서도 거래를 줄이고, 분산하고, 오래 버틴 사람들은 살아남았다는 데이터가 그 증거입니다.
제가 지금 택한 방법은 단순합니다. 잘 아는 기업이나 대표 지수 ETF를 골라 자주 사고팔지 않고 오래 함께 가는 것입니다. 남이 하는 말이나 뉴스보다는 제가 직접 써보고 좋다고 느낀 기업, 그 회사와 동업한다는 마음으로 투자하는 방식이 장기적으로 더 크게 돌아온다는 것을 몸으로 배웠습니다.